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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기견 입양 일기
[별에서온그대 29] 굿바이, 라떼
유기견 세 마리와 동거 중인 초보 여행 작가의 입양 일기
입력 2014.11.21  17:31:39 박애진 | weenie0713@hanmail.net  

2014년 11월 15일 오후 6시 쯤.
끔찍한 이 날을 나는 머릿속으로 몇 백 번이 넘게 되살리고 있다.
잊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잊고 싶지 않은 것들 투성이기에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라떼의 마지막 모습을 머리에 새긴다. 심장사상충 치료 중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지쳐 끝내 삶의 끈을 놓아버린 라떼를 다시 한번 안아본다.

아침 8시 쯤 일어났다. 라떼는 삼 일째 대변을 못 싸고 있었다. 빵빵한 배가 걱정이 되어 데리고 나가 집 앞 잔디밭에 내려놓았다. 밖에서 배변하는 것을 더 좋아했으니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함께 살다 보면 몸짓과 눈빛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때가 있다. 잠시 잔디밭을 킁킁거리던 라떼는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둘이 산책을 했다. 라떼는 예전만큼 활기차진 않았지만 천천히 평소 좋아하던 산책 코스를 돌았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도 밟고 아직까지 피어있는 국화꽃 향기도 맡았다. 산책하는 모습을 담으려 핸드폰을 찾았다. 이런,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았다. '내일 찍어야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소고기를 삶아 먹이고 잠시 출근을 했다.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라떼가 기운이 없이 계속 누워만 있다는 것이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다. 침대에서 라떼와 함께 낮잠을 잤다. 방광 힘이 약해져 오줌을 지려 못 올라오게 했기에 한 달만이었다. 간만이라 좋은지 원래 모서리에서 자는 라떼지만 품에 쏘옥 안겨서 잤다. 두 시간 조금 못 자고 혈전방지 주사를 놓을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주사를 놓고 약을 먹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떼가 혈변을 싸기 시작했다. 당황해 하는 내 품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숨을 멈췄다.

 
 
병원으로 달려 갔다. 미리 전화를 받고 기다리던 의사에게 라떼를 넘겨주고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했다. 반팔 티에 냉장고 바지, 슬리퍼를 신고 라떼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진 나를 보며 "엄마, 저 언니 왜 저래?"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쉿"하는 소리와 안타까움에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렸다.

병원에서 안내해준 방으로 가서 믿지도 않는 하나님 아버지를 찾으며 기도를 하고 있는데 의사가 들어왔다. 아무 말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오열했다. 내 자신이 그렇게 크게 울부짖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라떼는 박스에 담겨져 내 품으로 왔다.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따뜻한 그 아이를 안아 들자 목이 힘없이 픽하고 옆으로 꺾였다.

그렇게 라떼는 진짜 가버렸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나를 두고 가버렸다.
라떼를 병원에 두고 집에 와서 울고 또 울다가 컴퓨터를 켰다. 어떻게 보내줄지 장례식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곳에 반려견 장례와 화장을 하는 곳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라떼를 데리러 병원으로 갔다. 박스에 담겨진 채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운전을 했고 나는 박스를 껴안고 울었다. 뚜껑을 열었다. 따뜻한 늦가을 햇살이 라떼에게 쏟아졌다. 차가워진 라떼를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났고 입 주변에는 내가 마지막으로 먹였던 시럽이 묻어 있었다. 몸에 비해 작은 앞다리는 사후경직으로 굳었고 가만히 있어도 나와있던 귀여운 혀는 파랗게 변해 꽉 쥐면 바스러져버릴 만큼 말라있었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 주변에 도착하였습니다'라고 말하자 나는 또 무너져버렸다. 이제 정말 보내줘야 한다.

담당자와 상담을 하고 장례 절차를 정했다. 화장을 한 후 산책로에 뿌려줄 것인지, 화분 밑에 수목장을 해줄 것인지 아니면 사리 같은 개념의 스톤으로 만들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라떼가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를 중점에 두고 생각했다. 라떼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나였다.
결국 메모리얼 스톤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얼 스톤은 화장 후 남겨지는 유골을 고온으로 용융 후 만들어지는 영혼석이다. 액세서리로 만들어 몸에 지닐 수도 있고 유골과 다르게 평생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직으로 빳빳해진 몸에 작년에 맞춘 커플티를 입혔다. 나 역시 그 옷을 입고 있었다. 삼베로 아이를 감싼 후 국화꽃을 놓아주고 사랑한다고 많이 부족했지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화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여동생과 말없이 통곡했다. 급작스런 죽음에 영정 사진 하나 없는 장례식이었다.
순수유골인 스톤은 자라온 환경이나 몸 상태가 반영되어 고유 색깔로 만들어진다. 라떼는 자신과 꼭 닮은 연분홍색과 하얀 사리가 되었다. 딱 하나 올리브색이 있는데 많이 아팠던 라떼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서글펐다.

집에 와서 예쁜 케이스에 영혼석을 넣고 거실에 두었다. 배낭을 멘 작은 인형을 사서 그 안에도 넣어 같이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몇 번이나 큰 고비를 넘겼던 라떼이기에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남실이는 수목장을 해주고 순진이는 스톤으로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별을 인식하게 되었다.
할 수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해줘야 한다. 백만 번을 하건 수천만 번을 말하건 이별 앞에선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니까.

Rest in peace, 사랑하는 내 애기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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