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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펫칼럼
[오마이펫 46] 탁이의 하루
아파트에 사는 대형견 탁이 이야기
입력 2014.10.08  16:47:52 이근주 펫 칼럼니스트 | kjlee26@hanmail.net  

탁이가 기특한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절대 방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 문턱에 살짝 앞발을 얹고 엎드리는 정도지, 대놓고 방에 들어오진 않는다.

남편이나 내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소리만으로도 벌써 알아차리고 문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문을 여는 순간 펄쩍 뛰어오르며 열렬히 반가워 한다. 잠시 쓰다듬고 핥고 등등 아침 인사를 마치고 부엌으로 가서 쌀을 씻어 밥솥에 넣으면 밥솥 메시지가 나오는데 ‘취사를 시작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장난감을 물고 달려온다.

행여 멘트가 나왔는데 장난감이 보이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찾아서 기어이 물고 달려온다. 미리 찾아놓지는 않는다. 멘트가 나와야 그제서야 장난감을 찾아 물고 달려오는 것이다.
긴 줄에 매달린 헝겊 뼈다귀 장난감은 탁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데, 줄을 흔들면 뛰어올라 잡는 놀이를 한다. 그렇게 몇 번 흔들어주다 ‘이제 그만’하면 물고 있던 장난감을 바로 ‘툭’ 떨어트린다. 마치 내가 언제 가지고 놀았냐는 듯이.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이 탁이를 데리고 아침 운동을 나간다. 다녀와서는 욕실로 발을 씻으러 들어가는데, 뻔히 알면서도 ‘들어가’ 소리가 나지 않는 한 시침 뚝 떼고 거실로 가버린다. 발 씻기랑 목욕을 싫어한다.

탁이의 아침은 늘 우리가 먼저 먹고 나서 준다.  우리가 밥을 먹을 동안 탁이는 식탁 옆에 엎드려 있거나  식탁 밑에 기어들어와 앉아 있는다. 덩치도 큰 녀석이 비집고 들어와 앉아 있는 모습이라니. 휴일에 온 가족이 거실 상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낮은 상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가 엎드려 있곤 한다.

 ⓒ데일리펫
 ⓒ데일리펫
탁이에게 미안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는 매일 다양한 반찬을 차려 먹으면서 탁이는 한 가지 사료만 준다는 것. 물론 특식을 주긴 하지만 그것도 닭가슴살과 달걀. 그리고 과일은 사과 정도. 당근과 오이 등은 몇 번 줘봤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식사가 끝나면 탁이 밥을 준다. 사료를 제 그릇에 더는 순간, 탁이는 남편과 내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 남편이 ‘뭐 줄 거 있어?’ 라든가 ‘뭐 좀 줄까’하면 바로 꼬리를 치며 둘을 번갈아 본다. 결국 내가 “있긴 있어”라며 냉장고를 여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와 꼬리를 치며 웃는 얼굴이 된다.
그런 날은 탁이의 승리.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날은 눈치로 바로 알아차리고는 그대로 밥그릇으로 직행, 미련없이 단숨에 먹어치운다. 그리고 나면 사실 탁이와의 오전 시간은 끝이 난다. 다들 출근하고 나면 온전히 탁이 혼자 집에 남기 때문이다.
그저 저녁에 누군가 먼저 들어오는 순간까지 혼자 자고 있겠거니 생각하면 좀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데일리펫
가장 걱정되는 것은 외부 소리에 짖는 것. 앞집 가족이 오가는 것이나 늘 다니는 사람이 오가는 건 아무 반응 없는데 처음 오는 사람이거나 익숙지 않은 소리가 나면 바로 짖어버린다. 그 우렁찬 소리란.
다행히 원인이 사라지면 짖음도 바로 사라져서 오래 계속되지는 않는 편이지만 아무도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니 늘 신경이 쓰이긴 한다.

그래도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로 단 한 번도 항의가 안 들어간 걸 보면 불쾌한 짖음이 없었던 건지, 주위 분들이 너그러운 건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만 4년이 넘도록 이 아파트에서 잘 지내고 있다.

깜빡하고 거실 불을 켜놓지 않고 나갈 때가 있다. 빨라야 7시 넘어서야 누군가 들어오고 때론 다들 늦어서 10시 넘어 들어올 때도 있다. 하필 그런 날 거실 불을 켜놓지 않고 나가면 탁이는 꼼짝없이 깜깜한 공간에 있게 되는 셈이다.
평소에도 첫 번째 퇴근하는 가족은 엄청난 환영인사를 거쳐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특히 불 꺼진 날, 들어오면 어찌나 격하게 인사를 하는지 거의 10분 이상을 만져주고 안아주고 해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나름 무서웠다는 표시일까 싶어 안쓰럽고 미안하다.

낮에 혼자 있는 반려견을 위해 TV나 라디오를 켜놓는다고도 하던데 탁이는 TV에는 영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탁이랑 놀 다른 반려견을 데려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고... 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식구들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시간을 보내고 오빠나 언니와의 저녁 산책으로 그렇게 탁이의 하루는 끝난다.

평온하지만 지루한 일상이려나?  그래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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