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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기견 입양 일기
[별에서온그대 24] 첫째, 둘째, 셋째, 내 새끼들
유기견 세 마리와 동거 중인 초보 여행 작가의 입양 일기
입력 2014.08.22  15:16:03 박애진 | weenie0713@hanmail.net  

 
반려견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애기'라는 말을 쓰게 된다.
"우리 애기는 ‘손!’ 할 줄 안다", "내 새끼는 안 가르쳐줬는데 배변도 혼자 가렸어" 같은.

이런 호칭에 반감을 갖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키우다 보면 정말로 자식같이 느껴지기에 그런 것이다. 이번 화에서는 남실이, 순진이, 라떼를 '우리 아이들'이라 부르려 한다.
7월 칼럼을 쓰면서 남실이, 순진이, 라떼의 입장에서 쓴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몹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쓰다 보니 재미도 재미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에 따라 각자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도 볼 수 있었다.

나는 남실이를 의젓한 장남, 순진이를 얄미운 애교쟁이 둘째, 라떼를 유약한 막내로 대하고 있었다. 남실이, 라떼와 함께 산책을 하던 어느 밤이었다. 늦은 밤이라 사람이 없어 목 줄 없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남실이가 따라오지도 않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공원에 가자고 시위할 때 하는 행동이다).
야밤에 공원에 갈 수도 없고 불러도 오지 않아 순간적으로 왜 말을 안 듣냐며 짜증을 냈다.

반대로 라떼가 주저앉거나 천천히 따라오면 다리가 아픈 건 아닌지 안절부절 하다가 안고 산책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뿐만 아니었다. 목욕을 시킬 때도 남실이가 거품을 먹거나 도망가려 하면 "안돼!" 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같은 행동을 라떼가 하면 "우쭈쭈쭈~ 그럼 안돼요~" 하며 애기 어르는 말투를 사용한다.
남실이에게 나도 모르게 첫째에 대한 의지와 기대심이 작용했나 보다. 남실이가 삐뚤어지는 게 당연하다. 아직 가출하지 않은 것이 고맙다.

순진이는 얄미운 행동들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둘째 딸의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엄마 근처에서 숨어 있다가 누군가 다가오면 기습 공격을 해서 내쫓는가 하면, 밥 먹고 있는 다른 애들한테 다가가 시비 걸어서 빼앗아먹고는 유유히 자기 밥을 먹는다. 남실이와 라떼를 쥐 잡듯이 잡는 순진이를 혼내다가도 발라당 뒤집는 애교를 보면 또 살살 녹아버린다. 눈 마주치면 꼬리를 흔드는데 마음이 살랑거린다. 역시 미모 담당이다.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복 받았으며 견생역전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아니다. 아이들의 인생도 나를 만나고 많이 달라졌겠지만, 더 많이 달라진 것은 나다. 가장 큰 변화는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세상은 인간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배웠다. 그 속에서 존재하는 수 많은 생명들의 귀중함을 배운 것이다.

남실이와의 산책이 아니었다면 20년 동안 산 우리 집 근처에 그렇게 많은 꽃들이 핀다는 것을 평생 몰랐을 것이다. 병아리도 못 만질 만큼 새를 너무 무서워하지만 비둘기들을 봐도 싫어하는 마음보다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나만이라도 실천해야지 하는 것들이 생겼다. 예를 들면 동물의 털을 사용한 옷을 사지 않을 것,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과 일주일 중 하루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나 혼자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세상은 미약한 하나의 힘이 여럿이 되면서 빛나는 것이라 믿는다.

남실이, 순진이, 라떼는 알기 전에는 혼자 살았지만 알고 난 후에는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 것이다.
반려 동물은 하늘이 보내준 천사들이 아닐까 싶다. 오만해지고 탁해지기 쉬운 인간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따뜻하게 사는 법을 잊지 않게 해주는 그런 존재로서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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