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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펫칼럼
[오마이펫 41] 탁이 털갈이 하면 아카시아 꽃이 핀다
아파트에 사는 대형견 탁이 이야기
입력 2014.05.29  02:11:50 이근주 펫 칼럼니스트 | kjlee26@hanmail.net  

어느 날 아빠가 말했다.
“탁이가 털갈이 할 때가 되면, 아카시아 꽃이 핀단다.”
조금은 추웠던 5월초, 아카시아 꽃이 폈다. 그리고 탁이의 여름맞이 털갈이가 시작되었다.
그 후 아빠와 엄마(칼럼 필자인 이근주)는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지난 편에 잠시 언급되었듯이 우리끼리 지지고 볶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니 훈련소에 맡기지 말자고. 하지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그리고 며칠이 지나 원고를 쓰는 이 시점에 앞으로 남은 날이 깜깜하기만 하다.
 
엄마에게 “우리 먹을 음식은 해놓고 가지마. 어차피 안 먹을텐데”라고 말해놓고 정말 아무 것도 안 해놓고 떠난 엄마를 향해 조용히 항의해봤자 부질없는 일. 어쨌든 나와 오빠는 나가서 사먹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

평소에도 집에서 한 끼를 먹을까말까 하니 나와 오빠는 안 먹으면 그만이긴 했다. 물론 부모님이 걱정조차 안하실 거라 생각하니 어쩌면 조금은 서운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아마 우리가 밥 먹었니라는 연락보다 “탁이 밥 줬니?”라는 연락을 더 많이 받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아빠의 담당인 아침 산책과 거실 청소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부딪혀 보기로 했다.
그래서 훈련소에 맡길 돈을 “나한테 줘!” 라고 당당히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처음 아침 산책에 나섰던 그 날, 평소보다 40분은 일찍 일어나 탁이의 산책을 위해 대충 옷을 입고 운동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그러나 그 상쾌함은 잠깐이었다.
산책을 마친 뒤 출근을 하려고 나섰는데 오후 3시 쯤에나 느낄만한 강도의 피로가 확 몰려오는 것이다. 한참 많은 일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 아침부터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이제 하루 시작한 건데 내가 오늘 어떤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날이 얼마나 길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피로가 몰려온다.

엄마에게 아쉬운 소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엄마의 부재는 소화 가능하다. 밖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며, 빨래는 일주일치 몰아서 한번 하면 되고 어떻게든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칼럼까지 떠넘기고 가버렸다.
회사에서도 원고 마감하는데 집에서도 원고 마감하고 있다. 그 엄마의 그 딸이 되어가나 보다.

하지만 아빠의 부재는 매우 힘들게 혹은 버겁게 소화 가능하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탁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건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다른 개를 만나지 않을까 해서 주변을 경계하는 일로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면 물로 발을 씻기고, 밥을 준 뒤 아침 일과가 끝난다.

한참 털갈이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 아빠의 부재가 시작되어 집 청소도 틈틈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평소 아빠가 “다 너희를 위해서 청소하는 거야” 라는 게 처음엔 아니라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이었다. 거실을 청소할 때마다 쌓여 있던 탁이 털은 아빠 말대로 “오늘도 엄청 빠진다”라며 나도 연신 내뱉고 있었다.
하얗고 가는 탁이 털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청소를 미루게 된다면, 옷이며 입 속으로 들어가는 털의 양이 엄청날 것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출장가면 자유로움을 느끼며, 조금 더 늦게 오셨으면 했는데 여행 떠나신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보고싶은 건 뭣 때문인지..

부모님이 여행가신 지 일주일쯤 지나고 오빠가 말했다.
“탁이만 없었으면, 여행비 보태드려서라도 6개월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은 탁이가 있기 때문에 아빠라도 얼른 오셨으면 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의 달 5월, 탁이를 두고 떠난 아빠 엄마의 부재는 단순히 탁이를 위해 오빠와 내가 맡아서 할 일을 책임지는 것 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하는 기간이 되었다.

탁아 너도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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