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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공포 속의 유기동물 현주소
10일간 공고 기간 후 죽음으로 내몰리는 위기의 반려동물들
입력 2013.04.11  17:51:19 전설 기자 | dailypet03@gmail.com  

유기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데일리펫

“오랜만의 산책이라 신이 났어요. 달리는 게 기분 좋아서 주인님이 없어진 줄 몰랐어요. 주인님은 길을 잃었나 봐요. 벌써 열 밤 넘게 자고 일어났는데 주인님이 돌아오지 않아요.”

사람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만 안락사 당할까.
답은 ‘아니오’다. 그 안에는 본의 아니게 주인을 잃어버린 미아동물도 적지 않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내 반려동물도 길을 잃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동물보호시설에 보내지며, 보호소의 다른 동물처럼 사람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꺼내달라고” 울부짖게 된다.

설사 고의로 유기하지 않은 반려동물이라 하더라도 안락사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법상 유실·유기동물은 구조 직후 법적 공고기간 10일 동안 주인을 찾고, 이후 일정 기간을 거쳐 입양되지 않으면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 대상이 된다. 동물을 살리기 위해 구조된 첫 날부터 ‘안락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셈이다.

내 반려동물에게도 치명적인 ‘10일 공고’

카운트다운이 다하도록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소유주 대신 키워줄 새 주인이 나타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찾지 못하면 장기수용 동물로 구분되어 실험용 동물로 보내지거나, 최악의 경우 근육 이완제 주사로 안락사 될 수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박소연 대표는 “유실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공고기간 10일은 너무 짧다. 더 연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보호기관이 공고를 늦게 등록하거나 한 번에 일괄 올리는 경우가 있어 하루 이틀 오차가 생길 수 있다. 공고 기간이 10일이 아니라 8일, 7일 때로는 3~4일로 제멋대로 처리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 한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동물을 이미 안락사 시킨 뒤 한 달 치 공고를 한꺼번에 올렸었다.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반려동물을 찾으러 갔는데, 이미 안락사 된 상황을 상상해 보라”며 최악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동물자유연대의 정진아 활동가는 “2011년 발생한 유기동물 숫자는 총 9만 6268마리였으며, 이 중 자연사 및 안락사는 전체 동물의 절반 정도인 4만 4431마리(자연사 1만 8772마리, 안락사 2만 5659마리)였다. 유기동물의 50% 이상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10마리가 구조되면 5마리가 죽는다. 현재의 시스템이 최선이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유기동물 구조를 담당하는 종로구청 산업환경과 전경완씨는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으로서 죄 없는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위탁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고, 유기동물은 계속 들어온다.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돌봐주고 싶지만 정부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법적 공고 기간을 연장하기에도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사람 손길에 익숙한 반려동물에게 철창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데일리펫

유기동물 보호소 환경은 철창과 지옥 사이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한동협)의 양주시 유기동물구조관리센터에는 서울 강남구, 성동구, 중랑구 등에서 발견된 유기동물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 구조된 동물들은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는 의료센터에서 의무적으로 24시간 보호된다. 이상 징후가 있는 동물들은 검진 및 치료를 받게 되며, 이상이 없으면 컨테이너 건물에 마련된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체계화된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동협의 김세진 팀장은 “법적 공고 기간은 10일이지만 보호소는 15일 공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노령동물, 질병이 있는 동물은 그보다 장기간 보호한다. 건물 내 수의사가 상주하는 의료센터가 있고, 실내에는 대형견부터 소형견, 고양이들이 머무르는 보호장이 있다. 실외에는 동물들이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꾸며져 있고, 고양이의 경우에는 야외에서 보다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계적인 보살핌을 받는 동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는 총 339개소(2011년 기준)이며, 이중 시‧군 직영 보호소는 불과 23개 뿐이다. 나머지 316개는 입찰에 의해 가장 낮은 금액에 유기동물을 돌보겠다고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을 하고, 업체는 보호비 명목으로 유기동물 한 마리당 10만 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다보니 동물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기 보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익을 내고자 하는 불량 보호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2011년에는 부산시가 위탁을 맡긴 유기동물 보호소의 동물학대 행위가 고발돼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자원봉사자에 의해 공개된 자료에는 동물들이 먹는 음식물에 구더기가 들끓고, 굶주린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사체를 훼손하는 등의 처참한 광경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해 KBS의 한 고발프로그램을 통해 구미시 위탁 유기동물 보호소의 냉동고에서는 개의 잘려진 머리와 유기동물 사체가 통째로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몇몇 위탁보호소는 계약기간(1~2년) 안에 임대료 및 운영비 등 ‘본전’을 뽑으려 든다. 동물보호보다 어떻게 하면 이윤을 챙길까 하는 궁리가 앞서는 것이다. 공고 기간을 지키지 않거나 기간 중 입양을 보내는 곳도 많다. 입양을 보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아직까지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보호소에서는 눈으로 보고도 차마 입으로 전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동실협 박소연 대표의 말이다.

사람이 지나가면 꺼내달라고 짖다가도 문을 나설 때는 침묵하는 유기견들 ⓒ데일리펫

미국은 매년 600만 마리가 정맥주사로 안락사 당해 

미국 애완동물제품협회(APPA)의 2012년 설문조사 결과 미국은 전체 가구의 62%인 73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가구의 과반수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만 인구 대비 그만큼 안락사되는 동물들도 많다. 미국의 대표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600만~800만 마리의 동물이 보호소에서 안락사 된다. 한국의 경우는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추산 550만 가구(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201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기준)이며 안락사 되는 동물은 연간 5만 마리에 육박한다.

미국의 안락사 방법은 한국과 동일하게 마취제 투여 후 근육 이완제 소디움 펜토바르비탈(Sodium
Pentobarbital) 정맥 주사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목뼈 꺾기, 척수 빼기, 방혈(피 뽑기), 감압, 사격, 감전, 익사, 압사 등의 물리적인 방법으로 안락사를 하는 비인도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테네시, 메릴랜드, 로드아일랜드 등은 비용이 저렴하지만 질식하기까지 시간이 길고 고통스러운 일산화탄소 등 가스중독에 의한 안락사를 법적으로 금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잘 되어 있는 미국이라도 저마다 법과 기준이 다른 50개 주와 1개 특별구를 통합 관리할 수는 없다. 법의 감시망을 피해 아직도 많은 동물보호소가 가스실을 운영하고 있고, 유기동물을 이용한 실험이 허용되는 등 동물보호 규정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보호소 해당지역에 시민 감시단을 꾸려 자체적인 시찰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공고 5일 후 가스로 안락사 시키는 일본

일본에서 연간 안락사 되는 개와 고양이는 총 28만 6492마리(지구생물회의ALIVE ‘전국 동물 행정 설문 조사’ 기준)이다. 일본은 사람의 건강검진 및 의료상담을 진행하는 보건소에서 매일 유기동물의 안락사 업무를 수행하며, 고양이는 포획 당일, 개는 3일~5일 보호기간을 거쳐 가스실에서 안락사 된다.
일본의 탄산가스(이산화탄소)에 의한 안락사 방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600만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던 방법과 같다. 때문에 동물애호가들은 가스실에서 행해지는 일본의 안락사 행태를 두고 ‘개와 고양이의 아우슈비츠’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안락사를 집행하는 보건소에는 총 5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첫 번째 방은 동물이 보건소에 도착한 첫 날 지내는 방이다. 하루씩 경과할 때마다 첫째방, 둘째방, 셋째방으로 한 칸씩 옆방으로 옮겨진다.
다섯번째 방 다음은 가스실이다. 이 방의 동물들은 다음 날 안락사 된다. 그나마 다른 시설이나 보건소에서 이송되어 온 유기동물, 주인이 직접 데리고 온 동물, 교통사고 등 부상을 당한 동물들은 5일간의 공고기간 조차 없다.
주인이 찾아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당일 바로 처분되고 있다.

양주의 유기동물구조관리센터는 그나마 가장 시설이 좋은 보호소이다 ⓒ데일리펫

안락사를 피하는 방법은 오직 입양 뿐

동물애호가들은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신고하지 말고 입양될 때까지 임보(임시 보호)를 해주거나, 사설보호소로 보내라고 호소한다. 입소와 함께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는 정부 운영 동물보호소를 피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개인이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면서 공고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려 희망해도 접수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전국의 유실동물 정보가 일괄 등록 돼야 하는 동물보호시스템
(www.animal.go.kr)에 구조 동물의 정보가 등록되지 않는 임보의 경우 주인을 찾을 수 있는 동물들도 장기적으로 유기동물이 될 확률이 높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김선구 과장은 “유기동물을 발견했을 때는 지자체 동물담담 부서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유기동물을 보호하거나 맡을 경우, 공고를 올려 충분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동물도 주인을 못 찾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남의 반려동물을 훔친 다음 ‘유기동물인 줄 알고 구조했다’고 말하는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으니 원칙에 따라 발견시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안락사를 염려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물단체나 개인이 정부의 동물보호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인은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고, 단체일 경우에는 정부 운영 보호소에서 공고 기간이 끝난 동물에 한해 정부로부터 인도받아 장기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체가 정부를 보조하는 2차 보호소 역할을 맡아준다면 국내에서 안락사 되는 동물들의 숫자는 지금보다 더 감소할 것이다”며 방안을 제시했다.

유기동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유기견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고, 2013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됨에 따라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소형견이나 품종견의 입양률은 안정화 되어가고 있으며, 유기동물 입양을 주선하는 입양센터도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 해 10월, 과천 서울대공원 내에 ‘반려동물입양센터’를 개원한 뒤 매달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인도한 30~40마리 유기동물을 치료, 훈련해 일반 가정에 입양 보내고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역시 지난 7월 국내 ‘애견산업 1번지’라 불리는 충무로에 유기동물 입양을 전문으로 맡는 ‘구호동물 입양센터’를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약 2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대부분의 입양자들이 몸집이 작고 나이 어린 동물만 선호해 몸집이 큰 대형견, 노령 동물, 병에 걸린 동물들에게는 여전히 새 가족보다 안락사의 공포가 먼저 찾아온다. 정부도 단체도 “유기동물 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입양이 어려운 질병 있는 동물이나 늙은 동물에 대한 해결책이 안락사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동실협 박소연 대표는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유기동물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며 “도심 속 입양센터를 세워야 한다. 동물보호소는 서울 외곽이 아닌 사람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동물보호소를 세우려 해도 혐오시설이라 주민 반대가 심하고, 수많은 동물을 수용할 부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럼 혐오시설이 되지 않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시내마다 펫숍과 동물병원이 넘쳐나고 그 안에 15마리~20마리 동물들이 모여 있지만, 아무도 혐오시설로 보지 않는다. 같은 이치다. 보호소를 작게 나눠서 소규모 입양센터로 만들고, 접근성을 높여 사람들이 직접 동물들을 만나 눈을 맞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낯선 사람에게도 애교가 많은 시로(좌)와 브라운(우) ⓒ동물사랑실천협회 구호동물 입양센터

박대표는 실제로 충무로 구호동물 입양센터 설립 이후, 예전에는 입양되기 힘들었던 발바리견이나 믹스견의 입양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품종이나 크기가 아닌 성격이 좋고 애교가 많은 동물들이 입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기동물과 사람이 만날 공간을 주선한 것뿐인데, 동물 스스로 꼬리를 흔들고 손을 핥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직은 소수일 뿐이지만, 예전 같으면 철장 안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생명들이 이제는 새 가족과 함께 새 삶을 찾아가고 있다.

데일리펫 전설 기자 dailypet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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