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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물매개치료 대부 오오키를 만나다
가스실 유기견을 치료견으로…일본 최초 40단계 교육법 정립
입력 2013.02.20  00:52:53 전설 기자 | dailypet03@gmail.com  

 워크숍에 참석한 오오키 토오루 씨와 치료견들

사람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은 그를 만나 간호사가 되고 의사가 된다. 안락사의 공포에서 벗어나 병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견으로 성장한다. 동물매개치료의 대부 또는 ‘유기견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오키 토오루(63)가 (사)세계예술치료협회 주최 ‘치료견 워크숍’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45년을 음악가로 36년을 치료견 교육가로 살아온 그가 한국인이 버린, 한국의 유기견을 구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가웠던 지난 19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기적을 키우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음악가의 삶을 살면서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4살 무렵 발음장애를 앓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어머니조차 소리내 부르지 못했다. 친구들로부터 ‘버벅이’라고 놀림 받고 괴롭힘도 많이 당했다.
그런 내게 유일한 친구가 돼준 것은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다. 아무리 말을 더듬어도, 버벅거려도 눈을 맞추고 기다려줬다. 말을 못해도 내 손을 핥아줬다.

그때 동물이 주는 치유의 힘을 체험하고 실감했다. 나 스스로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를 본 것이다. 이후 발음은 교정됐고, 이렇게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때 받은 응원의 힘은 잊혀지지 않았다.

특별히 유기견을 치료견으로 발탁하게 된 이유는

미국에 있을 당시 한 동물 애호가가 내게 물었다. ‘당신의 나라에는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아우슈비츠같은 수용소가 있다. 당신은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왜 자신의 나라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하지 않는가’라고.

당시 일본에서는 매년 65만 마리의 유가동물이 안락사 당했다. 유기동물은 생명체가 아닌 폐기 처분 대상이었고 관련 법률도 있으나마나였다. 상황을 깨달은 뒤 유기견을 구해야겠다, 죽음을 막아야겠다고 결심이 섰다. 유기견을 구하는 것, 새 생명을 주려면 치료견으로서의 두 번째 삶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도 ‘유기동물 아우슈비츠’다. 유기동물이 발견되면 10일간 공고를 올려 소유주를 찾고, 10일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 일본은 동물이 입양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가

한국은 20일이지만 일본의 공고 기한은 단 5일이다. 보호소로 옮겨진지 5일 안에 가족을 찾지 못하면 가스실에서 바로 안락사 당한다. 지금까지 유기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애써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

사람이 동물을 버리는 것, 그런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일본의 공식 1호 치료견 치로리 역시 안락사 대상 유기견이었다.  새끼들은 모두 입양이 된 상태에서 홀로 가스실에 보내진 치로리를 극적으로 구조했다. 치로리를 만나면서 더욱더 치료견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개가 사람을 구하면 사람은 개를 인정할 것이다. 그 생명의 가치와 필요성을 재고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해야 한다.
쉽고 평범한 길이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치로리와 함께였기에 고단하지 않았다.

한국도 어린 강아지를 제외한 성견의 입양은 어려운 상황이다. 동물에게 병이 있거나 길거리 습관이 있다고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나

가장 첫 번째로 한 것은 문을 꼭꼭 걸어 잠궜던 동물보호센터를 개방하고 모든 사람들이 와서 견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내가 처음에 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견학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개방 후 보는 사람이 많아지자 유기동물이 받을 수 있었던 학대, 열악한 환경 등이 개선됐다.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유기동물 입양을 마음먹은 사람도 늘었다.

유기견이 사람에게 버려진 트라우마를 잊기까지 7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상처를 가진 유기견이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기도 전,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번 버림받았던 개가 사람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유기견을 구조하면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같이 잠들고 밥먹고 놀고 쭉 붙어서 생활한다.

그 시간동안 유기견은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고 치료견이 될 준비를 시작한다. 신기한 일이지만, 상처받은 개는 그 상처로 인해 더욱더 사람을 사랑한다. 상처를 준 사람이 있지만, 상처를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개들도 이해하는 것이다.
상처를 잊지 않기에 더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사랑받으려 한다.

치료견(동물)이 주는 치료의 힘과 사람(전문 치료사)의 치료의 힘을 비교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관점에서 동물매개치료의 필요성을 꼽는다면

노인은 고독사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우리는 모든 사회 문제와 직면해 있다. 치료견은 이런 사회 문제에서 사람의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1년 동안 622명의 아이들이 자살했고, 3만 2000명의 아버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피해자 중 60명이 죽음을 택했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기술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이 시점에 치료견의 흔들리지 않는 애정은 환자에게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된다. 나아가 ‘낫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치료견은 노인, 장애인, 중환자, 아동, 교도소 수감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찍이 동물매개치료의 힘을 깨달은 미국은 이미 65년 전부터 이런 연구를 거듭해왔다.

모든 유기견들이 치료견이 될 수 있는가. 치료견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적성’이 있다면

성격이나 개성에 따라 클래스는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유기견에게는 치료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치로리 같은 우수한 치료견을 찾는 일은 힘들다(치로리는 다른 치료견이 2년 동안 따는 45개의 자격증을 단 6개월 만에 마스터 했다).
하지만 35년간의 임상동물매개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40단계에 이르는 치료견 교육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이 교육법이 한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동물매개치료를 시작하는 데 교과서가 돼 줄 것이라 기대한다.

치료견들의 하루일과를 알려준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인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하루 2회~3회 치료견 교육에 들어간다. 교육 중인 유기견이나, 교육과정을 이수한 치료견도 반복교육을 받는다.
다만 유기견의 경우에는 항상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교육시간을 짧게 잡는 편이다. 개의 입장에서 교육은 놀이에 가까워야 한다.

가령 맨처음 가르치는 것은 ‘워킹매너’ 교육이다. 어린이나 환자에게 맞춘 느린 걸음, 성인의 빠른 걸음,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걸음에 맞춰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속도를 맞추는 것부터 교육은 시작된다.

치료견들이 ‘워킹매너’를 선보이고 있다  

치료견들도 근무시간 외에는 평범한 반려견처럼 생활한다고 들었다. 맹인 안내견처럼 식욕이나 장난 같은 것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는가

치료견도 조끼를 입기 전에는 평범한 반려견과 같다. 장난도 치고 마음껏 애교도 부린다. 하지만 조끼를 입으면 프로의식을 갖는다. 개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하나의 철칙은 절대로 음식으로 길들이거나 강압적으로 훈련하지 않는다는 것. 핵심은 칭찬이다. 예쁘다, 잘한다, 칭찬을 해주면 훨씬 더 똑똑한 치료견이 된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가.

유기견을 강압적으로 훈련 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우러나 먼저 다가서고 눈을 맞추는 게 아닌, 수박 겉핥기식이 흉내가 된다.
그러면 사람 역시 진정한 치유를 받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조련이 아닌 교육을 해야 한다.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치료견을 통한 환자들의 치료 사례가 있는가

개를 무척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알츠하이머를 극심하게 앓는 실어증 환자가 됐다. 자신의 힘으로는 보행을 할 수조차 없었고 가족들도 못 알아봤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동물매개치료를 요청했다. 그렇게 하세가와씨는 90세가 가까운 나이에 치료견 치로리를 만났다. 가족들은 치로리가 그저 하세가와씨에게 심리적인 위로를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훨씬 놀라웠다.

딸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던 그가 치로리의 이름을 외우고 부르고 찾았다. 걷지 못하던 그가 치로리와 함께 걷기 위해 홀로 섰고 끝내는 걸었다. 임종이 가까워져서 중환자실을 찾았을 때, 병원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치로리를 만나게 했다.
정신을 잃었던 하세가와 씨는 치로리를 보고 “치로리 고마워, 고맙다, 고맙구나”라는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가족들은 치로리에 대한 감사 인사로 장례식에 초대해줬다.

치로리의 활약으로 일본내 유기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동물애호법률도 재정됐다고 들었다. 최근 홍콩의 한 동물학대범이 실형 8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일본의 경우에도 동물학대에 대한 강력한 법적제도가 마련돼 있는가

물론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바로 수갑을 찬다. 고의성이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형이지만 학대의 경우는 실형을 선고 받는다.
학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불법상거래를 막기위핸 등록제도도 개정됐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겠지만 개와 고양이를 폐기물로 생각하던 예전에 비하면 아주 큰 변화다.
그 모든 중심에 치로리가 있다. 치로리로 하여금 사람들은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의 1호 치료견이자 ‘딸’이라 생각했던 치로리는 결국 유방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했는데, 실제 이런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예전에 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었던 어떤 환자가 치로리를 보고 ‘누군가 나를 이렇게 뚫어져라 보는 처음이다. 치로리의 시선이 강렬해서 몸이 얼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치로리는 동물과 교감을 나눠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또 떠나기 직전 내게도 분명히 말했다. 고맙다고.

치료견의 대표적인 능력이 바로 이런 ‘눈맞추기(Eye Contact)’이다. 모든 개들에게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  사람이 이를 못 읽을 뿐이다.

외국의 경우 은퇴한 군사견이나 치료견은 일반 가정으로 입양을 유도하고, 입양한 가정에는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은퇴한 테라피독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 집, 나의 농장에서 평화로운 노후를 보낸다. 사람에게 힘을 쏟아준 치료견에 대한 예의로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살이 넘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치료견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래도 10살이 넘어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치료견들도 있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은 이제 막 동물매개치료에 첫 발을 뗐다. 외국의 경우 심리치료사와 같은 전문분야 종사자들이 주도하는 것에 반해 국내는 수의사와 훈련사들에 의해 시작됐다. 동물매개치료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분야 주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분명한 것은 ‘AAA’(Animal-Assisted Activities)와 ‘AAT’(Animal-Assisted Therapy)의 차이를 이해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AAA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단체나 개인이 동물을 데리고 환자들을 찾아가 활력을 불어넣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원봉사 개념의 동물매개활동을 뜻한다.
반면 치료견은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고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AAT, 즉 동물매개치료다.

AAT가 정확한 교육 프로세스에 맞춰 유기견을 교육하는 학교 시스템이라면, AAA는 지식을 배우는 학교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를 하는 전 단계인 유치원 개념이다.
한국은 동물매개치료를 시작하는 단계다. 관련 전문가 모두의 주도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치료견 교육을 위해서는 정식 교육 프로세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국내 동물매개치료 정착을 위해 세계예술치료협회와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한국의 유기견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

세계예술치료협회 서현정 대표에게 한국의 유기견들을 일본의 치료견 교육센터에 데리고 가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서 대표 역시 유기견의 유학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올해 상반기 내에 한국의 유기견들을 데리고 가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화 ‘개와 걸으면-치로리와 타무라’가 국내에서도 ‘애니멀 테라피’를 알리는데 기여했다. 추후 드라마, 영화, 만화, 도서 등을 통해 미디어에 소개될 계획은 없는지

일본에서 이미 치료견에 활동에 대한 책을 3권 정도 썼다. 관련 책들은 일본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에 읽어야 할 지정도서’로 선정됐다.

한국에서도 ‘고마워 치로리’가 소개된 것으로 안다. 이후 영화나 만화 등 미디어를 통해 치료견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의 러브콜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치료견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관심이 뜨거우니 또 좋은 소식을 들고 한국을 찾아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향후 비전이나 꿈이 있다면

세계적인 자연재해였던 쓰나미 피해 이후 생각했다. 유기견을 위한 ‘자연재해 구출센터’를 세우고 싶다. 후쿠시마 재해로 인해 집을 잃은 유기견을 마지막 한 마리까지도 구조해서 치료견으로 키우고 싶다. 지금까지 14마리가 구조됐는데 여름까지 100마리 정도를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 5월 중순 공사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보도된 국제치료견협회 관련 기사

인터뷰 말미에, 만약 개와 말이 통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I am your father”이라고 답했다. 왜 그가 유기견의 아버지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이내 “사람들은 나를 대부, 음악가, 훈련사라고 다양하게 부르지만 아직까지는 ‘치로리 아빠’가 세상 그 어떤 수식어보다도 좋다. 아버지로 불린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을 들게 하지만 그 무게감 역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치료견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없냐고 물었다. 어떤 질문에도 꿈쩍없던 그가 오랫동안 말을 잃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가 말했다. “나와 함께 계속 노력해 줄 수 있겠니?”라고.

데일리펫 전설 기자 Dailypet03@gmail.com

오오키 토오루 공식홈페이지 http://toru-oki.net
(사)세계예술치료협회  www.wa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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